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현덕의 작품은 그동안 그에 걸맞은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카프 계열로부터는 그 완벽한 예술성 때문에, 예술지상주의로부터는 그 결연한 역사의식 때문에 경원당했다”(신경림)는 평가는 이를 잘 보여 주는 예다. 분단이 고착된 이후 남한에서는 월북 작가라는 이유 때문에, 나아가 월북 작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나서는 카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작가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논의에서 소외되었다. 한편 북쪽에서도 그의 작품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희생되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일제 말기를 대표했던 그의 소설과 아동문학은 북한문학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덕의 동화는 일제 말 ‘아동문학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은 노마, 영이, 기동이, 똘똘이 등이 함께 혹은 개별적으로 등장하는 연작의 성격을 지니는데, 주로 아동들의 놀이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내가 제일이다>의 경우 ‘축대 위에 올라서기’와 ‘축대에서 뛰어내리기’를 소재로 순정한 동심의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현덕 동화의 또 다른 특징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전통 설화나 그림책, 혹은 환상(상상)의 세계를 텍스트 속으로 끌어들여 이야기를 한층 풍요롭게 한다는 점이다. <고무신>에서 영진이는 신발이 낡아 아이들과 놀지 못한다. 밖에 나가 놀지 못하게 된 영진이는 ‘혼자서 할멈도 되고 호랑이도 되고 아가도 되어 주거니 받거니 노닥거리며’ 이야기의 세계를 꾸미며 논다. 전통 설화를 반복하며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영진이는 현실의 외로움과 고통을 위로받는다. 또한 밖에 나가 놀지 못하는 영진이의 안타까운 마음은 신발 가게에 진열된 고무신과의 상상의 대화를 통해 한층 효과적으로 표출된다. 이렇듯 현덕 동화의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그들에게 친숙한 이야기나 환상(상상) 등을 통해 해소한다.
경쾌하고 발랄한 동심의 세계가 부각된 동화와는 달리 소년소설에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청소년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다룬다. 가난으로 인해 꿈을 상실한 청소년들이 오해와 갈등을 풀고 올곧게 성장한다는 교육적인 내용이 주류를 형성한다. 특히 <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가난으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소통과 교감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아버지의 속 깊은 마음을 이해하며 어둡고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는 바우의 내면을 절제된 어조로 포착한 점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잃었던 우정>, <고구마>, <집을 나간 소년>, <모자> 등도 가난으로 인해 꿈을 상실한 청소년들이 오해와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200자평
현덕은 남한에서는 월북 작가라는 이유 때문에, 월북 작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나서는 카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작가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논의에서 소외되었다. 하지만 현덕의 동화는 일제 말 ‘아동문학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동화에서 경쾌하고 발랄한 동심의 세계를 부각하고 소년소설에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청소년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다룬다. 이 책에는 <고무신> 외 15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190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현경윤이다. 1927년 ≪조선일보≫ 독자 공모에 동화 <달에서 떨어진 토끼>가 1등 당선된다. 1932년 동화 <고무신>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가작으로 입선되었다. 1938년 소설 <남생이>가 ≪조선일보≫에 당선되어 정식 소설가로 데뷔한다. 해방 이후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1946년 동화집 ≪집을 나간 소년≫과 ≪포도와 이슬≫을 간행한다. 이듬해 소설집 ≪남생이≫, 동화집 ≪토끼 삼 형제≫를 발간한다. 9·28 서울 수복 때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 북에서의 창작 활동은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1962년 한설야가 ‘종파주의자’로 몰려 숙청당할 때 그 일파로 분류되어 함께 숙청된 것으로 추정된다.
엮은이
1969년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을 통해 등단했다. 2006년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제7회 젊은평론가상을 받았다. 저서로 ≪결핍, 글쓰기의 기원≫, ≪이문구 소설에 나타난 근대성과 탈식민지성 연구≫, ≪말의 매혹: 일상의 빛을 찾다≫, ≪공감과 곤혹 사이≫, ≪한국문학 속의 명장면 50선≫, ≪한국 근대문학의 주름≫, ≪작품으로 읽는 북한문학의 변화와 전망≫(공저) 등이 있다. 2013년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작가회의 산하 민족문학연구소에서 민족문학, 비서구 문학, 동시대 한국문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차례
고무신
내가 제일이다
고구마
둘이서만 알고
암만 감어두
조고만 어머니
뽑내는 거름으로
너구 안 노라
강아지
삼 형제 토끼
조고만 발명가
큰소리
집을 나간 少年
잃엇든 友情
나비를 잡는 아버지
모자(帽子)
해설
현덕은
고인환은
책속으로
1.
“깡충깡충 노마 영이 똘똘이는 토끼처럼 하고 골목을 달립니다. 한 바퀴 골목을 돌아 큰길로 나왔습니다. 큰길도 딴 세상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보던 그런 큰길이 아닙니다. 노마 영이 똘똘이가 토끼가 되기에 알맞은 큰길입니다. 그래서 노마 영이 똘똘이는 더 토끼가 되었습니다.”
-<삼 형제 토끼> 중에서
2.
“엄마, 아이들이 내버린 신 주서 신엇다고 땅의 거지라고 떼밀고 장난에도 안 부치고 하다우.”
“가엽서라. 오늘은 그 신 신고 나가지 마라, 응.”
“그럼 어듸서 누구하고 놀우?”
“오날만 마당에서 엄마하고 놀고.”
“그럼 나하고 술래잡기할 태유?”
“암 그러지.”
“그런대 뚱뚱보는 빠작빠작 하는 구두를 신엇다우. 그애내 아버지가 사 주섯대. 엄마 난 아버지 업수?”
“왜 업긴 사위스럽게.”
“그럼 어듸 게시우?”
“아주 먼 눈 나리는 나라에.”
“무엇하시러 그러케 멀리?”
“영진이 조와하는 것 갓다 주시랴고.”
“그럼 내 구두도 가지고 오실가?”
“암으렴.”
“그럼 언제 오신담?”
“이제 쉬 오시지.”
아기의 마음에는 아버지라는 키 커다란 이가 먹을 거랑 입을 거랑 노리개랑 가득이 찬 커다란 보통이를 질머지고 타박타박 지금 머지 안은 고개를 넘어오시는 것 갓탓습니다.
어머니는 먼 곳을 보는 이처럼 아기를 물끄럼이 보고 게시드니
“아버지가 게시엿드면 엇재 네 발에 흙이 믓겐늬….”
하시며 마츰내 치마자락을 얼골에 재시고 부억으로 들어가시엿습니다.
필경 부억에서 아기 몰내 울고 게실 것입니다.
-<고무신> 중에서